가나인 사망 두고 양국 정부 사실관계 정면 충돌
남아공 반이민 시위 속 외국인 2만5000명 출국
가나 외교부는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자국민 바시루 이삭(40)이 지난달 30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카옐리트샤 지역에서 반이민 시위 도중 총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소식을 "깊은 충격과 슬픔으로 받아들였다"며 남아공에서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을 겨냥한 외국인 혐오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를 함께 전했다.

그러나 남아공 정부는 가나 측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남아공 경찰은 카옐리트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 대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대신 경찰은 하루 전 인근 은양가 지역에서 발생한 별도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35세 가나 국적 남성 콰베나 보아겐이 이발소 안에서 신원 미상의 무장괴한들에게 금품을 요구받은 뒤 총격을 당해 숨졌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피해자가 카옐리트샤에 거주하면서 은양가에서 일했다고 전하며, 가나 정부가 제시한 피해자 신원과 사건 발생 날짜, 장소가 모두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음마몰로코 쿠바이 남아공 법무장관은 "가나 당국이 남아공의 불법 이주 관련 상황에 대해 계속해서 사실과 다른 정보를 전달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남아공 외교장관 로널드 라몰라도 앞서 가나 국민 대피 상황과 관련해 불완전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근거로 공개 발언하지 말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남아공 국제관계협력부는 각국 정부가 외교 채널을 통해 정보를 검증한 뒤 공개 발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가나 외교부 대변인은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가나 측은 이번 사안을 아프리카연합(AU) 위원회에 제출한 기존 청원과 연계해, 남아공 내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을 겨냥한 혐오 공격 문제를 차기 AU 정기회의에서 긴급 안건으로 다뤄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남아공 내 반이민 정서가 고조된 가운데 벌어졌다. '마치 앤드 마치'로 불리는 반이민 단체 주도로 요하네스버그, 프리토리아, 더반, 케이프타운 등지에서 미등록 이주민의 6월30일까지 출국을 요구하는 시위가 수개월간 이어져 왔다. 남아공 치안 당국에 따르면 이 기간 약 2만5000명의 외국인이 남아공을 떠났으며, 화요일 시위 과정에서 약 900명이 체포됐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번 사태로 남아공을 떠난 자국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관계 당국은 귀환한 자국민들이 남아공에 남기고 온 사업체와 자산 현황을 문서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아공은 지난 1일부터 남아공 여행자관리시스템을 통해 입출국자 전원에게 온라인 여행자 신고를 의무화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실업률과 경제적 불만이 이주민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나와 말라위, 나이지리아 등 인접국들의 외교적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남아공 정부가 자경단 네트워크에 대한 단속과 법치 확립을 통해 아프리카 출신 외국인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역 차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넥스트포스트 한유리 전문위원 nextpost0113@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