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의존 80%였던 나라가 어떻게 수출국이 됐나
나이지리아는 오랫동안 원유를 팔고 휘발유와 경유를 다시 사오는 나라였다. 7~8년 전만 해도 석유제품의 70~80%를 수입에 의존했다. 산유국이라는 이름과 달리 국내 정제 능력은 취약했다. 국영 정유소는 유지보수 비용을 쏟아붓고도 정상 가동에 이르지 못했다.

단고테 정유소가 본격 가동되면서 나이지리아의 연료 수급 구조도 달라졌다. 원문 자료 기준으로 이 정유소는 현재 나이지리아 국내 휘발유 수요의 92%를 공급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정제 석유제품 수입액도 2025년 140억6000만 달러에서 100억 달러로 28.8% 줄었다. 한때 수입에 의존하던 나라가 국내 수요를 채우고 주변국에 석유제품을 내보내는 구조로 이동한 셈이다.
단고테의 출발은 석유가 아니었다. 1957년생인 단고테는 스무 살 무렵 소금, 밀가루, 쌀, 식용유를 수입·유통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시멘트 수입·유통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0년에는 국영 시멘트 회사를 인수해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이 사업은 생산량 530만t 규모의 아프리카 최대 시멘트 공장으로 이어졌다. 그의 시멘트 사업은 올해 11월 영국 런던증시 2차 상장을 앞두고 있다.
정유소 건설은 훨씬 더 어려웠다. 단고테가 라고스에서 정유 공장 건설을 추진할 당시 해외 은행의 지원은 쉽지 않았다. 그는 현지 금융회사와 계열사 현금 흐름에 의존했다. 처음 90억 달러로 추산됐던 공사비는 200억 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발표부터 완전 가동까지 걸린 시간은 13년에 달했다.
단고테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와 가까운 관계를 활용해 사업을 키웠다는 비판이 있다. 일각에서는 그를 ‘정실 자본가’로 부른다. 반론도 있다. 수입 허가권이나 유전 접근권을 팔아 이익을 얻는 지대 추구형 사업가와 달리, 단고테는 실제 제품을 만들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주장이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정유소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했다. 지난 3월 신규 휘발유 수입 허가 발급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보호와 민간 자본이 결합하면서 수입 대체 산업을 키운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런 방식은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비판과 함께 따라붙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한 일부 아프리카 정부도 장기 공급 계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나와 케냐 역시 공급처 다변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고테는 최근 시장 상황을 두고 가격보다 물량 확보가 더 중요해졌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중동 공급망이 흔들릴수록 서아프리카 정유 거점의 협상력은 커진다.
성공 사례가 아프리카 투자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대형 제조업 프로젝트가 실제 가동과 수출로 이어지면 투자자들이 아프리카 산업 프로젝트에 붙이는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질 수 있다. 단고테의 비료 사업이 나이지리아 국채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사례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해석된다.
단고테의 다음 목표는 더 크다. 그는 2030년까지 총 450억 달러, 약 69조 원을 투입해 정유·시멘트·비료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라고스 정유소의 하루 처리 능력은 2028년까지 140만 배럴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인도 엔지니어스 인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정유 능력을 3년 안에 두 배 수준으로 키우는 계획도 공개됐다.
기업공개도 추진 중이다. 단고테는 정유소 지분 일부를 나이지리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상장 목표 시점은 2026년이며, 일부 지분 매각과 외화 연동 배당 같은 투자 유인책도 거론된다. 정유소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시장에서 조달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그늘도 있다. 정유소 인근 이베주레키 지역에서는 청년 실업 문제가 여전히 제기된다. 지역 청년 단체는 정유소가 약속한 일자리 상당수가 경비나 정원 관리 같은 단순직에 머물렀다고 주장한다. 해외 연수 대상자 가운데 지역 주민 비중이 낮았다는 불만도 나온다.
단고테 정유소는 나이지리아 산업사에서 보기 드문 전환점이 됐다. 원유를 수출하고 정제 제품을 수입하던 구조를 흔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델이 아프리카 산업 발전의 표준이 되려면 과제가 남는다. 민간 자본의 대담한 투자와 정부 보호가 결합한 성과를 지역 고용, 경쟁 질서, 투명한 자본시장으로 넓혀야 한다. 나이지리아의 변화는 이제 첫 성과보다 다음 단계의 지속 가능성으로 평가받게 됐다.
넥스트포스트 황상욱 기자 andrew@next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