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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도 노인도 비켜간 남아공 복지

한유리 전문위원

입력 2026-07-07 17:22

[넥스트포스트=한유리 전문위원]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올해 사회보장 예산을 늘렸지만 정작 가장 취약한 아동과 고령층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인권감시기구(HRW)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남아공에서는 성폭력과 방임을 포함한 아동 대상 폭력 신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조기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지원금으로 생활하는 노인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공백은 영유아 교육이다. 3~5세 아동의 약 30%가 어떤 형태의 조기교육 프로그램에도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등록된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정부 지원을 받는 곳은 3분의 1에 그친다. 보호자들이 꼽는 등록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비용이다. 헌법과 아동법, 국가아동행동계획 등 아동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는 갖춰져 있지만 폭력·방임 신고는 줄지 않고 있다는 게 인권단체의 진단이다.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모습
고령층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남아공 재무부는 2026년 예산에서 노령연금·장애인지원금·요양지원금을 월 80랜드씩 올려 2400랜드로 인상했다. 75세 이상은 2420랜드를 받는다. 문제는 이 금액이 실제 생계비에 크게 못 미친다는 데 있다. 같은 시기 시행된 남아공 국가 최저임금은 시간당 30.23랜드로, 주 38시간 근무 기준 월 4974랜드 수준이다. 노령연금 2400랜드는 이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인상률로 보면 노령연금은 기존 2315랜드에서 약 3.7% 오르는 데 그쳐, 물가 상승분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예산 자료를 보면 사회보장 지출 자체는 늘어나는 추세다. 2026~2027 회계연도 사회개발 부문 예산은 4662억 랜드로, 2025~2026년 4122억 랜드보다 늘었다. 전체 비이자성 지출의 60% 이상이 사회임금성 지출로 분류되고, 기초교육·보건·사회보호 세 분야가 이 가운데 70.3%를 차지한다. 사회보장급여 수급자는 2650만 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개별 수급자가 손에 쥐는 금액은 최저 생계 수준에 머물러 있어 예산 총량과 체감 지원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간극이 단순한 예산 부족보다 지원의 설계 방식에 있다고 본다. 조기교육의 경우 비용 부담이 등록을 막는 핵심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정부 지원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령층 지원금 역시 매년 인상되고는 있지만 최저임금이나 실제 생활비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해 인상 자체가 상징적 조치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남아공의 복지 정책이 '있다'와 '충분하다'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가 앞으로의 과제로 남아 있다.

넥스트포스트 한유리 전문위원 africanews@next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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