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개 회원국 중 서명 8개국...발효 위한 15개국 비준도 미달
범아프리카의회는 지난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미드랜드에서 여성폭력 종식 협약 고위급 회의를 열었다. 각국 의원과 정부 관계자, 시민단체는 협약 서명과 비준, 국내법 반영 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협약은 2025년 2월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서 채택됐다.

문제는 참여 속도다. 아프리카연합 55개 회원국 가운데 협약에 서명한 국가는 가나와 감비아, 라이베리아, 앙골라 등 8개국이다. 협약이 발효되려면 15개국의 비준이 필요하다. 서명은 정치적 의사 표시지만 비준을 거쳐야 법적 의무가 생긴다.
비준 이후가 더 중요하다. 각국이 형법과 가정폭력 관련 법률을 협약에 맞게 고쳐야 한다. 경찰과 사법기관의 대응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피해자 쉼터와 법률 지원, 의료·상담 서비스에 투입할 예산도 필요하다.
기존 제도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다. 여성 권리를 다룬 마푸투 의정서는 아프리카연합 회원국 46개국이 비준했다. 아프리카인권위원회는 지난 14일 법률과 제도가 있어도 집행기관과 예산, 책임 추궁 체계가 약하면 여성의 일상은 달라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케냐에서도 여성 살해와 성폭력 사건이 늘면서 법 집행 부진과 낮은 처벌률이 문제로 제기됐다. 피해 신고가 가족이나 지역사회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처리되는 사례도 확인됐다.
가나는 협약 서명국 가운데 하나다. 대륙 차원의 여성 보호를 강조하려면 비준과 국내법 정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 피해자 지원 예산과 수사기관 교육, 통계 공개도 뒤따라야 한다.
협약의 성과는 서명국 수로만 판단할 수 없다. 폭력 신고 뒤 피해자가 보호받고 가해자가 책임을 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프리카 여성폭력 근절의 성패는 선언보다 국내 현장의 실행에 달려 있다.
넥스트포스트 박해도 전문위원 pooksi@next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