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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은 수도에 있어야 하나, 아프리카 사례 살펴보니

박해도 전문위원

입력 2026-08-11 19:07

[넥스트포스트=박해도 전문위원] 한국산업은행과 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노조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지방 이전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 노조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이 국가 첨단산업과 중소기업 자금 생태계의 기반을 흔드는 조치가 될 것이라며 검토 중단을 요구했다. 예금보험공사 노조도 같은 날 정책토론회를 열어 서울 소재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측이 내세우는 핵심 논리 중 하나는 국제 표준이다. 주요국이 중앙은행이나 국책은행을 수도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행법도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한은 지방 이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아프리카에서는 어떨까.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의 도시 전경/Abuja Nigeria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의 도시 전경/Abuja Nigeria
아프리카 대다수 국가의 중앙은행은 실제로 수도에 자리 잡고 있다. 나이지리아 중앙은행은 1991년 수도가 라고스에서 아부자로 옮겨가자 본부도 함께 이전했다. 세네갈 수도 다카르에는 서아프리카 8개국이 함께 쓰는 서아프리카중앙은행(BCEAO) 본부가 있고,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는 중앙아프리카 6개국의 공동중앙은행인 중앙아프리카국가은행(BEAC)이 자리한다. 아프리카연합이 추진 중인 아프리카중앙은행 역시 나이지리아 아부자에 두기로 정해져 있다.

다만 예외도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코트디부아르의 경제수도 아비장에 본부를 두고 있는데, 공식 수도는 내륙의 야무수크로다. 2003년 코트디부아르 내전이 터지자 은행은 본부를 튀니지 튀니스로 옮겼고, 이 임시 이전은 무려 10년 넘게 이어졌다. 그사이 직원 상당수가 튀니스에서 새로 채용됐고 정착이 진행된 터라, 2014년 아비장 복귀 결정 이후에도 실제 복귀 작업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때 은행 총재가 본부 위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조직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수도 이전 자체가 금융기관 이전 속도를 결정짓지도 않는다. 탄자니아는 1973년 수도를 항구도시 다르에스살람에서 내륙 도시 도도마로 옮기기로 했지만, 국회는 1996년에야 도도마에서 회의를 시작했고 대통령실 청사는 2023년에 이르러서야 완공됐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상업 기능은 다르에스살람에 그대로 남았고 금융 인프라 이전 속도도 정부 부처보다 더뎠던 것으로 전해진다.

종합하면 아프리카 사례는 "국책은행은 수도에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대체로는 맞지만 절대적이지는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치적 불안정이나 수도 이전 계획처럼 예외적 변수가 끼어들면 본부 위치는 수년, 길게는 10년 넘게 흔들릴 수 있다. 한국 정부가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할 경우, 국제 표준을 둘러싼 이 같은 논쟁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넥스트포스트 박해도 전문위원 pooksi@next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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