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매년 자국의 원조 대상국을 포함해 예산 문서의 공개성과 완전성, 정부 조달과 계약 절차의 투명성, 정부 부채 정보 공개 여부 등을 평가해 재정투명성보고서를 발표한다. 올해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포함한 140개 정부와 기구 가운데 73곳만 최소 기준을 충족했다. 나머지 67곳 중에서도 14곳은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돼 나이지리아가 속한 53개국과는 구분됐다.

반면 같은 대륙의 가나와 케냐,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우간다는 이번에도 기준을 통과했다. 동아프리카에서는 케냐가 우간다, 르완다와 함께 나란히 통과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탄자니아는 미달 판정을 받았다. 다만 탄자니아는 심사 기간 중 의미있는 진전을 이룬 14개국에는 포함됐다. 서아프리카에서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 베냉이 통과했다. 대륙 인구 1위, 경제 규모 1위인 나이지리아만 유독 이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이런 평가는 단순한 성적표에 머물지 않는다. 올해 사하라이남 아프리카는 10여년 만에 가장 활발하게 국제채권시장에 복귀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이 처음으로 유로본드를 발행해 12억5000만달러를 조달했고 케냐와 코트디부아르, 카메룬, 베냉도 잇따라 채권을 찍었다. 투자자들이 아프리카 국채를 다시 사들이는 흐름 속에서 재정투명성 성적은 개별 국가가 얼마나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변수로 작용한다. 나이지리아는 이번 평가에서 미달 판정을 받으면서 이런 자금조달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무부는 재정투명성이 시장 신뢰와 국제 경제 안정, 외국 기업의 공정한 시장 접근과 직결된다고 설명한다. 최소 기준 미달이 곧 부패 수준이 높다는 뜻은 아니라는 단서도 달았지만 투자자들이 국가 위험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지표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나이지리아 라고스경영대학원의 한 경제학자는 국무부 평가에 동의하며 예산 이연과 부실한 지출 공시, 허술한 감사 관행이 경제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지리아 대통령실은 이 보고서가 특정 미국 기준으로 본 제한적 평가일 뿐 정부의 개혁 성과 전체를 담은 것은 아니라며 반박했다.
국무부는 평가 기준이 매년 강화되는 만큼 각국의 순위도 해마다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가 내년 평가에서 달라진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지는 예산 집행 방식을 얼마나 뜯어고치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넥스트포스트 이종균 기자 jay@next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