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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집권 26년 만에 쿠릴열도 첫 방문...日 "절대 용납 못해"

이종균 기자

입력 2026-08-18 16:45

러시아 국가원수로는 16년 만에 분쟁지역 찾아
9월 총선 앞두고 국내 결집·대일 압박 노린 행보 해석

[넥스트포스트=이종균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와 일본이 영유권을 놓고 다투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집권 이후 처음 방문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일본의 대러 제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영토 문제를 통해 일본을 압박하는 동시에 러시아 내부 결집을 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시베리아·극동 지역 순방 중 쿠릴열도 남단 4개 섬 가운데 하나인 이투루프섬(일본명 에토로후섬)을 찾았다. 2000년 집권한 이후 26년 만의 첫 방문이다.
푸틴, 집권 26년 만에 쿠릴열도 첫 방문...日 "절대 용납 못해"
푸틴 대통령은 현지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함을 시찰하고 훈련 상황을 보고받았다. 수산물 가공공장과 병원, 학교도 둘러보며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러시아 국가원수의 쿠릴열도 방문은 2010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이 쿠나시리섬을 찾은 이후 16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두 번째 사례다.

◇ 80년 넘은 영토분쟁...일본 “고유 영토” 주장

일본은 홋카이도 북쪽 쿠나시리·에토로후·시코탄·하보마이 등 4개 섬을 ‘북방영토’로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옛 소련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이들 섬을 점령하고 일본인 주민들을 퇴거시켰다. 이후 러시아가 80년 넘게 실효 지배하고 있다.

일본은 전후 강화조약을 통해 쿠릴열도에 대한 권리를 포기했지만 북방 4개 섬은 당시 포기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방영토는 국제법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현직 러시아 대통령의 방문은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무시하고 국민 감정을 다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도 니콜라이 노즈드레프 주일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 왜 지금 갔나...러시아 국내 정치에 시선

일본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장기간 피했던 쿠릴열도 방문을 지금 단행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러시아가 그동안 정상 방문을 자제하며 일본에 영토 문제 해결 가능성을 남겨두고 경제협력을 끌어내려 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며 지난해 8월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까지 열었지만 이후 후속 회담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닛케이는 대미 관계 개선을 통한 서방 제재 완화 가능성이 낮아진 점을 푸틴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러시아 국내 정치 상황도 변수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평화협상을 원하는 러시아 국민은 60% 수준이며 푸틴 대통령 지지율은 기존 70%대에서 65%로 떨어졌다. 집권당 지지율도 30%대로 내려갔다.

오는 9월 러시아 하원선거를 앞둔 만큼 영토 주권을 강조해 국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효도 신지 일본 방위성 방위연구소 연구간사는 아사히신문에 이번 방문의 우선적인 목적이 러시아 국내를 향한 메시지에 있다고 분석했다.

◇ 푸틴, 일본 제재 공개 비판...“전후 현실 인정해야”

푸틴 대통령은 쿠릴열도 방문 전날 유즈노사할린스크에서 일본의 대러 정책을 직접 비판했다.

그는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러시아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토 문제에서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방영토 문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현실로 국제 문서에 명시된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AFP통신은 이번 방문을 일본의 대러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자신이 가진 외교적 ‘카드’를 다시 상기시키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했다.

다카이치 정부가 이달 초 공개한 첫 방위백서에서 러시아가 북한·중국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데 우려를 나타낸 데 대한 대응 성격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日, 러시아에 추가 항의 검토...평화조약 협상 더 멀어지나

일본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방문 의도를 파악하면서 추가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러시아 측에 직접 유감을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 정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러시아와의 관계에 최선을 다해왔다”면서도 “이번 방문이 장기적으로 양국 관계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에도 북방영토 문제 해결과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을 추진한다는 기존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넥스트포스트 이종균 기자 jay@next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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