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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아프리카 산업경쟁력 1위...제조업 비중은 여전히 2% 미만

이종균 기자

입력 2026-08-19 14:15

[넥스트포스트=이종균 기자] 모로코가 아프리카 산업경쟁력 순위에서 처음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개별 국가의 순위 변화와 달리 아프리카 전체 제조업의 세계 시장 내 존재감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이 최근 발표한 '2025 아프리카 산업화지수'에 따르면 모로코는 0.8415점을 기록해 남아공(0.8396)을 앞섰다. 해당 지수는 0에서 1 사이 점수로 각국의 산업 발전 수준을 평가한다.

이번 지수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아프리카 54개국의 산업화 흐름을 추적했다.

아프리카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액은 2020년 2850억달러에서 2025년 3510억달러로 24% 늘었다. 하지만 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2%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제조업 수출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제조업이 아프리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8%로 세계 평균 16.5%를 크게 밑돈다.

생산액 자체도 글로벌 대기업과 비교하면 격차가 드러난다. 아프리카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 생산액 3510억달러는 같은 기간 독일 폭스바겐 한 회사의 연간 매출 3660억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위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음/pexels
위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음/pexels
◇비싼 전력·낮은 생산성, 제조업 경쟁력 발목

아프리카 제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높은 생산비와 낮은 생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케냐가 대표적인 사례다.

1980년대부터 케냐에서 섬유 제조업을 운영해온 베디인베스트먼트의 자스윈더 베디 대표는 아프리카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케냐가 해마다 제조업 투자처로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케냐 제조업의 GDP 기여도는 1990년대 약 15%에서 2010년 11%로 떨어졌고 현재는 7.2%까지 낮아졌다. 이 과정에서 GSK와 바이엘, 몬델리즈 등 다국적기업들이 현지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 방식으로 전환했다.

높은 전력비는 제조업의 대표적인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케냐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0.18~0.23달러 수준이다. 모로코의 0.09~0.12달러, 남아공의 0.09~0.19달러보다 높고 에티오피아의 0.01~0.02달러와 비교하면 격차가 더 크다.

낮은 임금만으로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발표된 케냐의 새 최저임금은 월 150달러로 중국 노동자 임금 월 450달러의 약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생산성 격차 탓에 단위 생산비는 오히려 케냐가 더 높다는 게 현지 제조업계의 설명이다.

베디 대표는 노동시간보다 산출물을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노동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30개 경제자유구역, 제대로 돌아가는 곳은 일부

각국 정부가 제조업 육성을 위해 확대해온 경제자유구역(SEZ)도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SEZ는 1990년 20곳에서 2025년 43개국 230곳으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39곳을 조사한 결과 40% 이상은 가동률이 25%에 미치지 못했다. 완전 가동 중인 곳은 전체의 15%에 불과했다.

성공 사례도 있다.

모로코의 탕제르메드는 자동차와 물류 산업을 결합했고 모리셔스의 프리포트, 에티오피아 하와사공단도 각각 물류·섬유 산업과 연계하며 성과를 냈다.

반면 상당수 SEZ는 지역 산업과의 연결이 부족하고 입주 기업을 뒷받침할 산업 생태계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전체의 절반가량이 공공 소유라는 구조적 한계도 지적된다.

◇54개국 단일시장 꿈꾸지만 역내 교역은 14%

시장 규모 역시 제조업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는 대륙 54개국을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 역내 교역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2022~2024년 아프리카 역내 교역 비중은 전체 교역의 14.4%에 그쳤다. 아시아 60%, 유럽 57%와 비교하면 큰 격차다.

관세보다 통관 절차와 위생 기준 등 비관세 장벽이 더 큰 걸림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비관세 장벽이 역내 교역을 관세보다 세 배 더 제약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기에 인도와 중국에서 들어오는 저가 수입품까지 늘면서 아프리카 제조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때까지 일정 수준의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원자재 수출 대신 현지 가공…'단고테 모델' 주목

이런 상황에서 나이지리아 기업인 알리코 단고테가 추진해온 수입대체 전략이 대안 중 하나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단고테는 시멘트 사업에서 원료인 석회석 채굴부터 생산까지 직접 맡는 후방통합 방식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나이지리아는 시멘트 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같은 방식은 정유산업에도 적용됐다.

단고테가 건설한 200억달러 규모 정유공장은 원유 생산국이면서도 정제유를 수입해야 했던 나이지리아의 구조적 문제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고테는 우간다와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생산되는 원유를 처리할 케냐 라무 정유공장 구상도 추진하고 있다.

핵심광물 보유국들도 원자재를 그대로 수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짐바브웨와 나미비아, 가나는 코발트와 리튬 등 일부 핵심광물의 원광 수출을 제한하거나 현지 가공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원자재를 채굴해 해외로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공과 제조 단계까지 대륙 안에 남겨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모로코가 산업화지수 1위에 오른 것은 아프리카 산업 지형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대륙 전체의 제조업 비중과 역내 교역 수준은 여전히 낮다.

전력비와 낮은 생산성, 경제자유구역의 비효율, 작은 역내 시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개별 국가의 순위 상승이 아프리카 전체의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향후 관건은 원자재 수출 중심 경제에서 벗어나 가공·제조 단계의 부가가치를 대륙 내부에 얼마나 남길 수 있느냐다.

넥스트포스트 이종균 기자 jay@next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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