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HOME  >  Global

히말라야 빙하 붕괴, 네팔 홍수 참사로

이종균 기자

입력 2026-09-03 15:10

사망 1114명·실종 4000명대…국제사회 구호 총력전

[넥스트포스트=이종균 기자] 네팔과 중국 접경지역을 덮친 대규모 홍수 사고가 발생 일주일을 넘기면서도 수습되지 않고 있다. 네팔 재난위험경감관리청(NDRRMA)은 지난 2일 기준 사망자가 1114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실종자는 4000명대에 이른다. 구조된 인원은 1만2000명 안팎이다.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전 네팔 라수와 지구와 중국 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규모 4.4의 지진으로 관측됐으나, 이후 조사에서 빙하 붕괴로 인한 산사태로 재분류됐다. 얼음과 흙, 바위가 뒤섞인 산사태가 보테코시강으로 밀려들면서 트리술리강과 나라야니강 유역까지 격류가 이어졌다. 물살이 마을을 덮치는 순간을 담은 영상에서는 주민들이 서로에게 대피를 외치는 목소리가 담기기도 했다.
히말라야 빙하 붕괴, 네팔 홍수 참사로
산사태 이후 상류에는 물이 고인 두 개의 언색호(堰塞湖)가 새로 형성됐다. 이 중 한 곳은 지난달 28일 소규모로 넘쳤다가 30일까지 대부분 물이 빠졌지만, 중국 당국은 나머지 호수 역시 추가로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번 사고는 히말라야 지역에서 빈발하는 빙하호 붕괴 홍수(GLOF)의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 고산지대 빙하가 녹으면서 형성된 호수가 일정 수위를 넘기거나 주변 지형이 무너지면 순식간에 대규모 홍수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기후변화로 히말라야 일대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이런 형태의 재해 빈도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국제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이번 사고의 정확한 촉발 원인은 아직 공식 조사가 진행 중이며,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히말라야 접경지역의 초국경 하천 관리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중국이 티베트 고원에서 추진해온 수력발전 개발 사업을 두고 인도 등 하류 국가들은 오랫동안 우려를 제기해왔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관련 논쟁이 재점화됐지만, 사고와 수력발전 개발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위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음/pexels
위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음/pexels
네팔에서는 2024년에도 몬순 폭우로 300명 넘게 숨지는 홍수가 발생했고, 2023년에는 인접국 인도 시킴주에서 빙하호 붕괴 홍수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바 있다. 이번 사고는 이들 사례보다 훨씬 큰 인명 피해를 냈다는 점에서 최근 수십 년 사이 네팔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중 가장 심각한 축에 속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고 지역인 라수와 지구는 티베트로 이어지는 트레킹 루트가 몰린 곳이어서, 실종자 명단에는 현지 주민뿐 아니라 여행 중이던 외국인 관광객도 다수 포함됐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17개 지자체에서 8만4270명이 피해를 입었고, 이 중 어린이가 3만2000명을 넘는다. 유엔여성기구는 여성 4만3000명이 특히 취약한 상황에 놓여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주는 실종 신고된 자국민이 43명에서 38명으로 줄었다고 밝혔고, 미국인도 상당수 실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는 지난달 31일 긴급구호물자를 실은 항공기와 국제 수색구조팀을 급파했다. 험준한 산악 지형과 붕괴 위험이 남은 상류 호수 탓에 구조 작업은 여전히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네팔 정부와 국제사회는 실종자 수색과 함께 식수, 위생, 임시 거처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유엔 네팔 상주조정관은 현재로서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사망·실종자 집계는 수색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계속 바뀔 가능성이 있어,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앞으로도 유동적일 전망이다.

넥스트포스트 이종균 기자 jay@nextpost.co.kr

<저작권자 © 넥스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