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는 4일(현지시간) 기존 메르카토르 도법으로 제작된 세계지도의 사용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각 대륙의 면적을 보다 정확하게 나타내는 지도를 채택하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을 표결한다.
토고가 주도한 이번 결의안은 아프리카연합 회원국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2018년 개발된 ‘이퀄 어스’ 도법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교과서와 언론, 공공기관, 디지털 플랫폼 등에 이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구형인 지구를 평면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면적이 크게 확대되는 문제가 생긴다. 유럽과 북미, 러시아, 그린란드는 실제보다 커 보이고 적도 인근의 아프리카와 남미, 동남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작게 표현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프리카와 그린란드다. 메르카토르 지도에서는 두 지역이 비슷한 크기로 보이지만 아프리카의 실제 면적은 약 3037만㎢로, 약 216만㎢인 그린란드보다 14배가량 넓다. 미국과 중국, 인도, 일본, 멕시코, 유럽 상당 부분을 아프리카 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다.
아프리카 각국과 시민단체는 이 같은 왜곡이 단순한 지도 제작상의 한계를 넘어 세계가 아프리카의 존재감과 중요성을 인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북반구 국가를 크게, 과거 식민지였던 지역을 작게 보여주는 지도가 서구 중심의 세계관을 고착화했다는 것이다.
일부 활동가와 지리학자는 이를 ‘지도학적 식민주의’라고 부른다. 세계지도가 아프리카의 인구와 자원, 경제적 잠재력에 비해 대륙을 시각적으로 축소하면서 국제사회의 무의식적인 권력관계에도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대안으로 제시된 이퀄 어스 도법은 대륙과 국가의 상대적 면적을 실제에 가깝게 유지하면서도 세계지도를 익숙한 형태로 보여준다. 메르카토르 지도처럼 항해 방향을 정확하게 표시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지만 교육과 통계, 언론 보도처럼 지역의 규모를 비교하는 용도에는 더 알맞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프리카연합은 지난해 8월 세계지도 수정 운동인 ‘코렉트 더 맵’을 공식 지지하고 토고에 국제적 확산을 이끌도록 요청했다. 아프리카연합 정상들도 올해 지도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공동 구상을 채택했다. 관련 청원에는 현재 1만10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유엔 결의안은 통과되더라도 법적 구속력은 없다. 그러나 유엔이 새로운 지도 사용을 공식 권고하면 회원국의 교육과정과 공공기관 자료, 국제기구 보고서뿐 아니라 지도·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기업의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토고 정부는 내년 1분기 수도 로메에서 유네스코와 아프리카연합, 구글 지도 등과 함께 결의안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새 지도 채택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교과서와 디지털 서비스까지 이어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 3월에도 가나가 주도한 결의안을 통해 노예무역을 ‘인류에 대한 가장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도록 유엔의 지지를 끌어냈다. 당시 123개국이 찬성하고 3개국이 반대했으며 52개국은 기권했다.
이번 표결은 아프리카가 외부에서 만들어진 대륙의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의 역사와 위치를 다시 규정하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 457년 동안 익숙하게 사용해 온 세계지도를 바꾸는 일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넥스트포스트 황상욱 기자 andrew@next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