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개 연안 공동체 걸친 700㎢ 해역 지난 4월 지정
관리계획·경계 표시·단속 없어 보호구역에서도 어업 계속
가나통신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서부 그레이터 케이프 스리 포인츠 해역에서 어민들이 여전히 평소와 같은 방식으로 조업하고 있다. 보호구역의 정확한 위치와 제한되는 어업 방식에 대한 안내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일대에는 해안 습지와 암초, 맹그로브 숲, 어류의 산란·보육지가 분포한다. 가나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연안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어족자원 감소와 불법어업, 서식지 훼손을 막기 위한 보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해양보호구역은 바다 위의 국립공원과 같은 개념이다. 특정 해역에서 어업과 준설, 모래 채취 등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는 활동을 제한해 어류가 번식하고 서식지가 회복될 시간을 확보한다. 보호구역 안에서 증가한 어족자원이 주변 해역으로 퍼지면 장기적으로 어민들의 어획량도 늘어날 수 있다.
가나는 모든 어업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구역별로 보호 수준과 허용 행위를 달리하는 혼합형 관리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연안 주민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파괴적인 어업 방식을 줄이고 생태계를 회복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보호구역 지정 넉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세부 관리계획이 완성되지 않았다. 보호구역 안에서 어디까지 조업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경계와 구역도 설정되지 않았고, 해상 순찰이나 위반행위 단속도 시작되지 않았다.
현지 어민들은 보호구역이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느 해역에서 조업을 중단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호소했다. 바다에 경계 표시가 없고 어떤 어업 방식이 제한되는지도 구체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부 어민은 보호구역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안내와 현장 관리가 뒤따르지 않으면 규정을 지키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단속이 없는 상태가 길어질수록 보호구역 지정 자체를 형식적인 선언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커진다.
환경단체들은 보호지역이 법과 문서에만 존재하고 현장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종이 공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호구역 안에서 기존 어업이 계속되면 어류가 번식할 공간과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지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나 해양보호구역 기술자문위원회도 아직 구역 설정과 단속 방식이 확정되지 않아 감시 활동을 시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현재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있어 실패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관리계획에는 허용·금지되는 활동과 단속 주체, 주민 참여 방식, 위반 시 제재, 재원 조달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정부와 관계기관은 올해 말까지 계획을 완성하고 2027년부터 보호구역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가나의 해양보호구역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해양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한다는 국제사회의 ‘30×30’ 목표와도 연결된다. 아프리카연합의 블루이코노미 전략과 서아프리카 연안의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아비장협약도 정책적 배경이 됐다.
가나에서 어업은 환경 문제인 동시에 식량과 생계의 문제다. 생선은 국민이 섭취하는 주요 동물성 단백질원이며 어민과 수산물 가공업자, 상인 등 수많은 사람이 수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무리한 조업 제한은 주민 생계를 위협할 수 있지만 자원 고갈을 방치하면 더 큰 생계 위기로 돌아올 수 있다.
현지 환경단체들은 단속을 서두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어민들이 관리계획 수립에 참여하고 보호구역의 장기적인 이익을 이해해야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초라는 상징성만으로 바다는 회복되지 않는다. 가나의 첫 해양보호구역이 생태계와 지역사회의 공존 모델이 될지, 지도에만 선을 그은 ‘종이 공원’으로 남을지는 앞으로 마련될 관리계획과 현장 집행에 달렸다.
넥스트포스트 이종균 기자 jay@next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