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아프리카 비엔날레 2026’이 지난 7일 개막해 오는 11일까지 나이로비 케냐타국제컨벤션센터와 응가라 지역 등에서 열린다. 아프리카에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최초의 대륙 단위 건축·공간 플랫폼으로, 54개국과 디아스포라를 대표하는 건축가와 단체가 참여한다.
첫 행사의 주제는 ‘중심의 이동: 취약성에서 회복력으로’다. 그동안 아프리카의 건축과 도시가 서구의 개발 모델이나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평가돼 온 현실을 되짚고, 아프리카 내부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도시의 미래를 다시 상상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식민지 시기에 그어진 국경으로 서로 나뉜 지역이라도 토양과 강수량, 건축 재료, 자원 개발의 역사 등이 비슷하다면 같은 전시 공간에서 소개된다. 국가 간 규모나 경제력을 비교하기보다 자연환경과 공동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건축 지식을 살펴보도록 구성한 것이다.
전시는 ‘중심의 이동’을 비롯해 ‘회복의 생태학’, ‘살아 있는 기록과 체화된 지식’, ‘다르게 상상하기: 아프리카의 미래’, ‘범아프리카주의: 움직이는 중심’ 등 5개 주제로 진행된다. 참가자들은 기후변화와 도시화, 전통 재료, 공동체의 기억, 이주와 배제 같은 문제를 건축과 공간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전시 외에도 기조연설과 토론, 실습형 워크숍, 현장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나이로비의 일부 건축사무소는 행사 기간 작업 공간을 일반에 개방하며, ‘언씬 나이로비’에서는 국제 공모로 선정한 영화가 상영된다. 전시와 강연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장기간 운영되지 않았던 미국 밴앨런연구소의 ‘파리상’도 이번 행사를 통해 ‘리:파리상’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과거 젊은 건축가를 파리로 보내 서구 건축을 학습하도록 했던 방식에서 방향을 전환해, 식민주의 이후의 도시가 겪는 배제와 이주 문제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수상팀은 오는 10일 나이로비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비엔날레는 케냐를 시작으로 2년마다 아프리카의 다른 도시를 순회할 계획이다. 나이로비라는 도시 자체를 전시의 배경으로 활용하고, 행사장을 벗어나 지역의 건축 현장과 창작 공간을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행사는 아프리카를 외부의 건축 모델을 수용하는 대상으로 보지 않고 새로운 도시 해법을 생산하는 주체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후위기와 급속한 도시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재료와 공동체 경험, 생활에 축적된 지식이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넥스트포스트 박해도 전문위원 pooksi@next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