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동·남부 아프리카 전체 아동의 3분의 2가 넘는 1억6200만명이 엘니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최근 밝혔다. 가뭄과 폭염, 홍수가 심해지면 영양 상태와 보건서비스, 안전한 식수 접근, 학교 교육 등이 광범위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다.

엘니뇨의 영향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동아프리카에서는 단기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홍수와 산사태, 수인성 감염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남부 아프리카는 강수량 감소와 수확 부진으로 식량난과 영양실조가 심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말리아에서는 상황이 가장 심각한 시나리오를 적용할 경우 최대 250만명이 홍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거지와 농경지가 침수되면 주민 이동이 늘고 아동의 식량·의료·식수 접근도 어려워질 수 있다. 학교와 도로가 파손되면 수업 중단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이미 식량 불안과 생활 기반 약화에 시달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수만명의 아동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수단은 가뭄과 폭염, 국지적 홍수가 겹치면서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 감염병 유행, 대규모 피란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기후재난은 아동에게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니다.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이 줄면 가정의 소득과 식량 소비가 함께 감소한다. 홍수가 발생하면 우물과 상수원이 오염돼 콜레라와 설사성 질환 등이 번질 위험이 높아진다. 보건시설과 학교가 훼손되면 예방접종과 영양 치료, 교육도 중단될 수 있다.
가족의 생계가 무너지면 아동 노동과 조혼, 착취와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진다. 피란 과정에서 가족과 헤어지거나 보호시설 밖에 머무는 아동은 더욱 취약하다. 기후재난이 식량과 보건 문제를 넘어 아동 보호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다.
유니세프는 피해가 본격화하기 전에 영양 치료제와 의료·위생 물품을 위험지역에 미리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병 감시와 예방접종을 강화하고 학교가 문을 닫을 경우를 대비한 안전한 대체 학습공간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기경보와 현금 지원을 연계해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취약가정을 돕는 방안도 제시했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재난 위험을 줄이는 데 1달러를 사전에 투입하면 향후 복구비를 최대 15달러까지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국제 인도주의 지원 가운데 선제 대응에 배정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니세프는 13개 우선 대응국의 아동과 가족을 지원하려면 1억7300만달러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식량과 식수, 의료 물품을 미리 확보하고 보건·교육시설을 보강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을 때 국제사회의 재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엘니뇨의 강도와 지역별 피해 규모에는 변수가 남아 있다. 다만 어느 지역에 홍수와 가뭄 위험이 집중될지는 이미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다. 피해가 현실화된 뒤 구호에 나서는 방식에서 벗어나 전망 정보를 토대로 아동과 지역사회를 먼저 보호하는 대응이 요구된다.
넥스트포스트 이종균 기자 jay@next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