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의 비영리단체 '가나 푸드 무브먼트'는 현지 셰프와 농부, 식품 전문가들과 함께 전통 식재료의 새로운 활용법을 알리고 있다. 익숙한 재료에 현대적인 조리법과 표현 방식을 더해 젊은 세대가 가나 음식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적인 재료 가운데 하나가 모링가다.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잎과 씨앗 등이 식재료로 쓰여 온 식물이다. 가나 푸드 무브먼트는 모링가를 음료에 접목해 라테로 선보이는 등 젊은 소비자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타이거너트도 새롭게 조명받는 토종 재료다. 견과류와 비슷한 이름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사초과 식물의 덩이줄기로, 고소하고 단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대로 먹거나 음료로 만들던 재료를 꼬치와 간식 등 다양한 메뉴에 넣으면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같은 시도는 단순히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통 식재료를 소비하면 지역 농가의 판로가 넓어지고 수입 식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재료의 생산과 조리법에 담긴 지역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는 의미도 있다.
가나의 식문화는 오랜 시간 식민지 경험과 세계화의 영향을 받았다. 호텔과 고급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서구식 메뉴가 전문 요리의 기준처럼 자리 잡으면서 현지 음식이 일상적인 가정식이나 길거리 음식으로만 여겨지는 경우도 있었다.
도시화와 식생활 변화도 전통음식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수입 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이 확산하면서 손질과 조리에 시간이 필요한 토종 식재료는 젊은 소비자의 식탁에서 멀어질 수 있다. 재료를 다루는 방법이 구전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아 세대 간 전승이 끊기면 조리 지식까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가나 푸드 무브먼트는 2019년 출범한 뒤 현지 식재료와 농업 전통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셰프와 생산자를 연결하고 학교 교육과 공개 음식 행사를 통해 어린이와 시민에게 토종 작물의 특징과 활용법을 소개한다.
북부 가나의 식재료와 조리 문화도 주요 관심 대상이다. 지역마다 기후와 농업환경이 다른 만큼 생산되는 작물과 음식도 다양하지만, 도시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재료가 적지 않다. 단체는 전통 지식을 가진 기성세대와 젊은 요리사를 연결해 사라질 수 있는 조리법과 식문화를 되살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전통음식의 현대화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익숙한 맛과 조리법을 오늘날의 외식 환경에 맞게 바꾸면서도 식재료의 생산자와 문화적 배경을 함께 알리는 방식이다. 모링가 라테와 타이거너트 꼬치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하는 메뉴다.
가나 푸드 무브먼트는 최근 세계 레스토랑 평가 행사인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이 선정한 '챔피언스 오브 체인지'에도 이름을 올렸다. 음식과 농업을 통해 지역사회에 변화를 만든 활동이 국제적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가나 청년들이 되살리는 토종의 맛은 음식 선택을 넘어 지역 농업과 문화적 정체성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세계 각국의 음식이 빠르게 오가는 시대에 무엇을 재배하고 먹을 것인지, 전통 식재료를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나의 식탁에서 시작되고 있다.
넥스트포스트 박해도 전문위원 pooksi@next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