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클레멘틴 두사베잠보 감독의 장편 데뷔작 ‘벤이마나’는 10일부터 20일까지 캐나다에서 열리는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센터피스 부문에 초청됐다. 이번 상영은 작품의 북미 프리미어다.

집단학살의 참상을 직접 재현하는 대신 폭력 이후에도 일상 속에 남은 기억과 침묵에 집중한 작품이다. 공동체의 화해라는 사회적 과제와 어머니와 딸 사이의 갈등을 겹쳐 놓으며 치유가 단순한 선언만으로 완성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두사베잠보 감독은 단편영화 네 편을 연출한 뒤 ‘벤이마나’로 첫 장편에 도전했다. 영화 제작에는 약 10년이 걸렸으며 르완다와 가봉, 프랑스, 노르웨이, 코트디부아르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출연진에는 클레멘틴 U. 니린킨디와 케시아 켈리 니심웨, 이자벨 카바노 등이 이름을 올렸다. 상당수 출연자는 전문 배우가 아니며 영화의 바탕이 된 경험을 지닌 여성들도 제작 현장에 참여했다.
두사베잠보 감독은 칸영화제를 통해 "이미지와 말을 통해 역사의 침묵을 촬영하고 그 침묵에 다시 목소리를 부여하려 한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르완다의 언덕과 풍경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비극의 기억과 공동체의 비밀을 간직한 또 하나의 등장인물로 담았다.
‘벤이마나’는 지난 5월 열린 제79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르완다 감독의 작품이 칸 공식 부문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영화는 신인 감독의 첫 장편 가운데 뛰어난 작품에 주는 황금카메라상도 받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는 ‘벤이마나’ 외에도 나이지리아와 가나, 차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 제작된 영화가 초청됐다. 지역과 언어, 장르가 다른 작품들이 국제영화제에서 함께 소개되면서 아프리카 영화가 전쟁이나 빈곤을 설명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가족과 기억, 사랑, 정치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이마나’의 국제영화제 행보는 제작 기반이 크지 않은 르완다 영화계에도 의미가 있다. 아프리카 내부의 역사적 경험을 현지 창작자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 국제 배급사와 관객을 만날 기회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르완다의 상처를 다루면서도 비극 자체보다 그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엄과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춘 ‘벤이마나’가 토론토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지 관심이 쏠린다.
넥스트포스트 이종균 기자 jay@nextpo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