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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츠와나, 13만 마리 코끼리와 지역사회·관광 공존 모델 선봬

박해도 전문위원

입력 2026-06-30 16:13

[넥스트포스트=박해도 전문위원] 코끼리가 밭을 짓밟고 지나간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코끼리를 미워하지 않는다. 보호하면 그만큼 돌아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보츠와나는 약 13만 마리의 코끼리가 사는 아프리카 최대 코끼리 보유국이다. 국토의 약 38%가 야생동물 보전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그 중심에는 대규모 코끼리 무리로 이름난 초베 국립공원과 세계적인 습지 오카방고 델타가 있다. 오카방고 델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람사르 습지로 동시에 지정된 곳이다.

보츠와나의 보전 정책이 다른 나라와 다른 지점은 야생동물을 환경 자산이 아니라 경제 자산으로 본다는 데 있다. 현재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7%대로, 정부는 국가관광전략을 통해 이를 8%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파리 가이드와 숙박시설 종사자, 운전기사, 보전 담당자, 지역 공예가까지 관광산업이 만들어내는 일자리는 다양하다. 특히 청년층에게는 환경보호에 기여하면서 안정적인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보츠와나, 13만 마리 코끼리와 지역사회·관광 공존 모델 선봬
이런 전환에는 절박함도 깔려 있다. 보츠와나 경제는 여전히 다이아몬드 수출이 수출 소득의 약 80%를 차지할 만큼 한 산업에 크게 의존한다. 정부 관계자들은 야생동물과 보호 경관, 고급 사파리 산업이 다이아몬드를 대신할 장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자국이 활용하지 못한 '자연자본'의 가치가 수조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다이아몬드가 가져온 광범위한 개발 효과를, 이번엔 자연자본으로 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야생동물과 일상을 공유하는 일은 결코 순탄치 않다. 국립공원이나 야생동물 이동로 인근 주민들은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 코끼리에 농작물을 잃고, 맹수에게 가축을 위협받는 일을 수시로 겪는다. 등하교나 출퇴근길에도 주변 야생동물을 늘 경계해야 하는 지역도 있다.

이 갈등을 풀기 위해 정부가 택한 해법이 지역사회 기반 자연자원관리(CBNRM)다. 주민들에게 자기 땅의 야생동물에 대한 권리와 관리 책임을 동시에 부여해, 사냥 할당량과 관광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산코요 마을은 이 모델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코끼리 사냥 수익을 중심으로 연간 약 400만 풀라(약 36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비교적 안정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이렇게 들어온 수익은 교육과 의료, 기반시설 확충에 쓰인다.

다만 모든 마을이 이 구조에서 성공한 건 아니다. 콰이·산코요·마바베 마을은 풍부한 야생동물과 관광객의 관심을 바탕으로 CBNRM이 자리를 잡았지만, 보디봉이나 노카네응 같은 곳에서는 수익과 일자리가 아직 주민 체감 수준까지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연구자들은 위원회 운영이 투명하지 않거나 거버넌스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할 때 수익이 소수에게 쏠리는 '엘리트 포획' 문제가 반복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CBNRM법을 새로 제정했다. 자연자원에서 나오는 지역사회 혜택의 분배 구조를 개혁하고 강화하는 게 목표다. 보츠와나 환경관광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혜택을 보는 자원만 보전할 수 있다"며 장기적 보호를 위해서는 지역사회가 직접적인 이득을 체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야생동물 관리에 또 다른 변수를 더하고 있다.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는 물 공급과 서식지에 영향을 미치며 인간과 야생동물 간 자원 경쟁을 키운다. 전문가들은 이런 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정부와 지역사회, 국제기구 간 지속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보츠와나는 앙골라·나미비아·잠비아·짐바브웨와 함께 52만㎢ 규모의 카방고-잠베지 초국경보전구역(KAZA TFCA)에도 참여해, 국경을 넘나드는 코끼리 무리의 서식지를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보전과 관광, 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보츠와나의 모델은 두 가지 목표가 반드시 상충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사회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보전의 혜택을 직접 누릴 때, 환경 보호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과제가 함께 풀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마을에서 드러난 수익 불균형과 거버넌스 공백은, 이 모델이 완성형이 아니라 여전히 보완 중인 실험이라는 사실도 함께 보여준다.

넥스트포스트 박해도 전문위원 nextpost01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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