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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도 못 한 난민정책, 영국 2000억 원 부담 피했다

한유리 전문위원

입력 2026-06-01 23:15

[넥스트포스트=한유리 전문위원] 영국이 망명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려던 정책을 폐기한 뒤 불거진 비용 분쟁에서 추가 지급 부담을 피했다.

AP 통신과 BBC 방송에 따르면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는 르완다 정부가 영국 정부를 상대로 낸 1억 파운드 잔금과 600만 파운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한화로는 각각 약 2000억 원과 약 120억 원 규모다.

분쟁은 2022년 영국 보수당 정부가 추진한 ‘르완다 정책’에서 시작됐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에서 영국해협을 건너 망명을 신청한 이주민을 르완다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를 위해 르완다와 협정도 체결했다.
위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습니다. 난민 모습
위 사진은 본문과 관계없습니다. 난민 모습
하지만 정책은 여러 차례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이주민을 태운 첫 항공편은 이륙 직전 유럽인권재판소의 개입으로 취소됐다. 이후 영국 대법원도 해당 정책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때문에 르완다 정책은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영국은 자발적으로 르완다행을 택한 이주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프로그램도 내놨다. 신청자는 4명에 그쳤다.

정권 교체 뒤 정책은 폐기됐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2024년 7월 총선에서 르완다 정책 폐기를 공약했다. 노동당 정부는 집권 직후 해당 정책을 없앴다.

르완다는 영국이 정책을 폐기했더라도 당초 합의한 잔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완다 정부는 5000만 파운드씩 두 차례 남은 잔금과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망명 신청자 이주와 정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영국은 추가 정산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노동당 정부 출범과 정책 폐기에 따라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라는 입장을 냈다.

상설중재재판소는 영국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소는 스타머 정부가 정책 폐기를 발표한 뒤 양국이 주고받은 외교 문건을 근거로 삼았다. 해당 문건들이 영국이 잔금을 치르지 않는다는 양국 간 합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영국 정부는 판정 이후 성명을 내고 “재판소가 모든 측면에서 영국 손을 들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국경 질서와 통제 회복을 위한 개편안 이행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번 판정으로 영국은 르완다가 요구한 잔금과 손해배상 지급 부담을 피하게 됐다.

넥스트포스트 한유리 전문위원 nextpost011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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