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포스트=한유리 전문위원] 중국이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미국을 향해서는 관계 개선을 강조하며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31일 글로벌타임스와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중국 측 대표단 단장인 멍샹칭 국방대 교수는 전날 샹그릴라 대화 세션에서 일본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해당 세션의 주제는 '전략적 안정에 대한 위협 관리'였다.
멍 교수는 "역사의 교훈은 여전히 생생하며 세계는 다시 중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군국주의적 사고의 재부상에 대해 경계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성과와 전후 국제 질서를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가 극동국제군사재판, 이른바 도쿄재판 개정 80주년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멍 교수는 일부 세력이 전쟁범죄를 미화하고 제2차 세계대전 역사를 왜곡하며 침략 역사를 세탁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비판의 초점은 일본의 안보 정책 변화에 맞춰졌다. 멍 교수는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추진, 비핵 3원칙 수정 논의, 동맹국 핵무기의 일본 배치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이런 움직임이 핵확산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멍 교수는 "군국주의의 뿌리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국가가 국제무대에서 다른 나라의 국방 협력을 논할 도덕적 권위를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과거 침략을 겪은 아시아 국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을 향한 메시지는 달랐다. 멍 교수는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과 양국 정상 간 합의를 언급한 데 대해 "중국과 미국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군 관계가 건강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 대표단이 미국의 대중 견제 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과 다른 분위기다. 헤그세스 장관도 올해는 미중 관계가 수년 만에 가장 좋은 상태라고 언급하고,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을 역사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양측의 견제 메시지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중국을 포함한 어떤 국가도 패권을 행사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멍 교수도 패권주의와 진영 대결이 지역 안보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다시 나왔다. 멍 교수는 "대만 독립 세력은 양안의 평화와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관계 관리 메시지를 내면서도 일본과 대만 문제에서는 핵심 입장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이후 미중 관계 개선 분위기가 만들어진 가운데 중국이 미국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면서 일본과 대만 문제를 중심으로 안보 메시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넥스트포스트 한유리 전문위원 nextpost0113@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