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시작된 국립예술축제는 아프리카 대륙 최대 규모의 예술 행사로, 매년 남아공 예술계의 동향을 가늠하는 지표로 평가된다. 올해 주제는 '알고리즘 시대에 우분투(Ubuntu)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였다. '우분투'는 '나는 우리이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남아공 전통 철학으로,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이 사회를 개인화·파편화시키는 흐름에 대한 문화적 응답을 프로그램 전반에 담았다.

안무·연출가 루이스 코에처(Louise Coetzer)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AI를 사용해 AI를 비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에서 선택도 하기 전에 자동 재생되는 콘텐츠처럼, 누군가 혹은 무언가가 끊임없이 개입해 선택을 이끌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영국 아티스트 루이스 오윈(Louise Orwin)의 'FAMEHUNGRY'는 라이브 공연과 TikTok Live를 결합해 소셜미디어 가시성과 디지털 정체성을 다뤘다.
기술 실험과 함께 원주민 지식체계와 탈식민 서사를 다룬 작품들이 이번 축제의 또 다른 축을 형성했다. 2026 스탠더드뱅크 청년예술가상 연극 부문 수상자 제이슨 제이콥스(Jason Jacobs)의 'Kraal'은 케이프 역사의 식민지 유산인 '도프 시스템(dop system, 임금 대신 술을 지급하던 관행)'을 해체하는 두 편의 공연으로 구성됐다. 시각예술 부문 수상자 브론윈 카츠(Bronwyn Katz)의 작품은 금속 구조물과 치유 약초, 밀랍을 활용해 사라진 코이(Khoi) 언어를 물질적 과정으로 재현했다. 모야 마이클(Moya Michael)의 무용 작품 'It's Like a Finger Pointing a Way to the Moon'은 나미비아 언어 수호자들과 협업해 언어의 소멸과 보존을 주제로 다뤘다. 앨버트 이보케 코자(Albert Ibokwe Khoza)의 퍼포먼스 'Dear Museum!'은 베를린 초연 후 남아공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민족지 박물관의 역할과 식민 시대 유물 전시를 둘러싼 대표성 문제를 다뤘다.
올해 축제에는 예술 자유를 둘러싼 논쟁도 반영됐다. 테아트르듀오 앤 컴퍼니(TheatreDuo & Co)가 기획한 '가브리엘 고리앗 심판'은 남아공 정부가 베니스 비엔날레 국가관 참여를 위해 선정한 고리앗 작가의 공연 'Elegy'를 취소한 사건을 다뤘다. 이 결정으로 남아공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 공식 국가관을 마련하지 못했다. 고리앗은 이에 맞서 베니스 현지에서 독립적으로 작품을 공연했다.
음악 프로그램에서는 소웨토 스트링 콰르텟(Soweto String Quartet)이 첫 녹음 30주년을 기념해 무대에 섰다. 재즈 부문 청년예술가 가비 모투바(Gabi Motuba)는 스피리추얼 재즈와 네오소울을 결합한 보컬 즉흥 연주로 무대를 꾸몄다. 영화 프로그램에서는 2026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수상작인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어(Joachim Trier)의 '센티멘탈 밸류'와 박찬욱 감독의 '노 아더 초이스'가 상영됐다.
국립예술축제 최고경영자(CEO) 모니카 뉴턴(Monica Newton)은 축제 기간 동안 AI와 기술, 원주민 지식, 역사적 기억을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이 균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넥스트포스트 박해도 전문위원 nextpost0113@gmail.com




